테마스토리

요즘 20대 사이에서 많이 언급되는 단어 중 하나는 ‘버킷 리스트’(Bucket List)이다.

버킷 리스트란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의미한다. 특히나 20대의 버킷 리스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여행이라는 키워드다. 여행이라는 키워드는 패키지 여행, 자유여행, 혼자 떠나는 여행 등 버킷 리스트 안에서 다양하게 세분화될 수 있는데, 장거리 자동차 여행을 의미하는 로드 트립은 많은 수의 한국 대학생들에게 어렵게만 느껴지는 버킷리스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로드 트립의 성지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서부를 직접 여행하면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정리해봤다.

로드 트립의 뜻이 장거리 자동차 여행인 만큼, 운전은 단순히 이동하기 위한 수단일 뿐 아니라, 여행의 일부이다. 특히, 신나는 노래를 크게 틀고 사막의 아찔한 풍경을 따라서 드라이빙 하다 보면 ‘이것이 내가 바라던 여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로드 트립을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차량과 국제면허증이다. 미국 서부 로드 트립은 7일이상의 일정을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7일 동안 4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중형차를 $400 (한화 45만원~50만원) 정도면 렌트가 가능하다. 패키지 여행과 비교하면 우선 교통비가 빠지기 때문에 부담도 훨씬 줄어든다.

미국서부의 차량 렌트 가격은 전세계에서 손꼽힐 만큼 저렴 할 뿐더러, 한국 기름값으로 비교하면 반절 정도에 해당한다. 때문에 실컷 드라이브를 하고 주유소로 가서 충전을 할 때, 한국에서는 꿈꿀 수 없는 가격으로 ‘만땅’충전을 할 수 있다. 땅의 면적이 워낙 넓다 보니 대부분의 도로가 뻥 뚫려있고, 직선코스가 많기 때문에 운전 난이도 또한 높은 편이 아니다. 물론, 운전이 처음인 운전자는 힘들겠지만 딱히 엄청난 실력의 드라이버일 필요도 없다. 차량 렌트는 미리 현지 렌트사 사이트를 통해 예약을 하면, 공항에서 내려 렌트 회사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 차량을 받아볼 수 있다. (늦은 밤에도 가능하다.)

셔틀 버스는 보통 공항에서 나가면 바로 안내표지판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국제 면허증 역시 한국 면허증이 있다면 신분증, 운전면허증, 여권사진으로 경찰서에서 쉽게 발급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유효기간이 1년이고, 미국에서는 인정이 안되는 지역도 있으므로 사전에 정보를 잘 알아가는 것은 필수다.

로드 트립의 또 다른 장점은, 따라가는 여행이 아닌 내 맘대로 계획하는 여행이라는 점이다. 물론 그에 따른 꼼꼼한 준비와 어느정도 불편함에 대한 각오는 필수이다. 개인적으로 그랜드 캐니언에서 하룻밤 캠핑을 하고 싶었지만, 막상 도착해 텐트를 치다보니 생각보다 춥기도 하고 캠프파이어를 위해 불을 지피는 것 역시 익숙하지 않았다.

결국 짧은 영어로, 주변 관광객들에게 불을 지피는 방법을 물어보거나, 손전등을 빌려야 했다. 당시에는 지치고 당황스러웠지만, 돌이켜보니 그것이 20대에 즐길 수 있는 도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패키지여행으로 갔다면 결코 경험할 수 없었던 수많은 난관과 그것을 극복해냈던 도전정신도 얻지 못했을 것 같다. 약 1시간 가량 캠프파이어와의 사투를 벌인 뒤, 눈 앞에 펼쳐진 은하수는 눈물 나게 아름다웠다.

로드 트립을 하면서 느낄 수 있던 다른 것 중 하나, 바로 여유로움이다. 기본적으로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매우 길기도 하고, 관광지간의 거리도 멀기 때문에 여유를 즐기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 사실 한국에서의 바쁜 삶이 익숙한 20대 청춘에게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이동한다는 게 처음에는 조금 지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는 대자연을 차를 타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달리다 보면, 휴대폰 액정이 아닌 자연풍경을 보는 법을, 그 속에서 내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그저 관광지라는 목표를 위해 달리기보다는, 그 과정 속에 있는 아름다움과 재미 또한 발견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로드 트립은 가야 한다는 방향으로 말을 했지만, 어느 정도의 위험은 염두에 둬야 한다.

우선 미국 서부 지역은, 날씨가 극단적으로 오락가락 하는 지역이 많다. 하지만 운전을 할 때는 항상 침착함을 잃지 말아야 하며, 날씨에 따라 일정을 조율하는 각오도 해야 한다.

여행 도중 만난 한국인 일행들은 우리와 만난 뒤 며칠 뒤 샌프란시스코에서 차량 내부에 있던 여권과 $1000 가량을 도둑 맞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고액 지폐와 여권, 면허증은 항상 몸에 소지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단순하게 ‘로드 트립은 최고다!’ 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라고 어렵고 힘든 점이 없었을까. 공항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폭우를 만나 10초 마다 눈 앞에 떨어지는 벼락 때문에 도로 위에 고립되기도 했고 일행과는 하루 종일 붙어있다 보니 이런저런 갈등에 마음고생도 여러 번 겪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점은 후회는 결코 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그 과정 역시 시간이 지나고 나니 성장을 위한 밑거름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수많은 불편함을 겪고도 좋은 기억만 남았던 여행, 그만큼 장점이 큰 것이 바로 로드 트립이다. 꼼꼼함과 열정이 가득한 청춘이라면, 이 특별한 여정에 꼭 한 번 ‘도전’해볼 것을 강력히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