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스토리

가장 최근 개통한 동해안 자전거길을 포함하여, 국내에는 10개의 공식적인 자전거 길이 있습니다.

각 구간에는 일정 거리마다 무인 인증센터가 배치되어 있는데, 여행자는 한국수자원공사에

서 발행하는 인증 수첩에 도장을 찍음으로써 종주를 인정받게 됩니다.

‘부산 낙동강 하굿둑’에서 ‘인천 아라 서해 갑문’으로 이어지는 약 650km 구간을 완주하면 본인 이름이 새겨진 국토 종주 메달과 상패를 받게 되며, 국토 종주를 포함하여 전 구간(약 2,000km)을 완주하면 그랜드 슬램 메달과 상패, 그리고 표창을 받게 됩니다.

2017년 당시 저는 새로 개통된 구간을 제외하고 모든 종주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틀에 박힌 여행이 아니라 정말 여행다운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준비

군 제대를 하자마자 휴학을 결심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전역한 친구들은 ‘얘는 군대 가서도 정신 못 차렸다’라며 놀렸습니다.

이건 무시하면 그만이지만, 당시 저에게는 군대를 기다려 준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기껏 2년 다 기다려줬더니 휴학하고 여행 간다는 남자친구가 미울 법 할 텐데, 알아서 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냅다 휴학 신청을 하였습니다.

저는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목적 없는 여행을 하고 싶었습니다. 오로지 여행을 위해 살아보고 싶었고, 좋아하는 무언가를 질리도록 해보고 싶었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세상을 마음껏 구경하는 것, 그것이 저의 오래된 소원이었습니다. 그리고 텐트와 침낭을 챙겨 여행을 떠났습니다.

2. 출발

트레일러에 텐트와 침낭, 코펠과 식자재를 싣고 떠난 저의 여행은 100일 동안 이어졌습니다.

이른 아침 덜 마른 옷을 입고, 대충 지은 냄비밥을 먹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면서 머릿속에는 늘 오늘 잠자리가 걱정이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매일매일 의식주를 걱정하면서, 또 가끔은 비를 맞으며 힘들게 여행을 다녔던 이야기입니다.

그 해는 저의 가장 행복했던 때이기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여러분과 저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신한은행 대학생 홍보대사로서 마지막 메세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세 달 간 열심히 여행 경비를 모아서 2017년 5월 7일,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여행을 출발했습니다. (▶가장 빠르고 가장 힘들게 돈 모으는 법 : 공사현장 아르바이트 후기◀)

(1) 첫 번째 여행 : 2017.05.07-2017.06.06 (전주~광양~거제~울진~강릉(울릉도)~고성~미시령)

전라북도 전주에서 시작했습니다.

전북 임실군을 지나는 섬진강에 합류하여 일단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섬진강은 전남 광양까지 이어지는 약 200km 길이의 강입니다.

섬진강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에 선정되기도 했는데, 부드러우면서도 특유의 섬세한 분위기가 특히 매력적입니다.

섬진강 물줄기를 따라 어딘지 모를 작은 시골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이곳에서 여행 첫날 밤을 맞이했습니다.

첫 캠핑인 만큼 자리 선정에 신중했습니다.

텐트 치는 연습을 하긴 했는데, 막상 애를 먹었습니다. 한참 동안 텐트를 치고 짐 정리도 마쳤습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텐트에 들어왔습니다.

잠자리가 너무 불편했습니다. 매트를 깔긴 했지만 등이 배기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벌써 집이 그리웠습니다. 집 나오면 고생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습니다.

그래도 즐거웠습니다. 내일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 기대됐습니다.

내일을 기대하며 잠드는 게 참 오랜만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날 본격적으로 여행이 시작됐습니다. 섬진강 하구에 도착해서, 이번에는 남해안을 따라 거제도로 갔습니다.

중간중간에 배를 타고 사량도와 한산도도 들렀습니다. 마음 가는 대로 어디든지 가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어디든지 갈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꿈꿔온 여행을 한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실감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거제도에 도착한 날, 여자 친구에게 이별 통보를 받았습니다. 며칠간 조금 소홀했던 것 같기도 했습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속상했습니다.

오히려 잘 됐다며, 신경 쓰이는 일 없이 여행을 다닐 수 있게 됐다며 스스로 달랬습니다.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동해안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여자 친구 생각이 날 때마다 일부러 더 신나게 여행을 다녔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여행에 미쳐보자는 마음이었습니다.

실제로 정말 즐겁기도 했습니다. 종일 동해 바다를 볼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었습니다.

서해안의 누런 바다를 보고 자란 저에게는, 파란빛 바다가 이색적이었습니다.

동해안에는 해수욕장이 많아서 잠자리 걱정도 없었습니다.

마음에 드는 장소가 나오면 텐트를 치고 누우면 그만이었습니다.

하루하루가 꿈만 같았습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바라왔던 여행이기 때문입니다.

포항, 영덕, 울진을 지나 강원도 동해시에 도착했습니다.

오랜만에 게스트하우스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했습니다.

이번 여행이 아니었으면 이 도시와 인연이 없었을 것입니다.

시내에 나가 벤치에 앉아 사람 구경을 했습니다.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곳 사람들도 학교에 다니고 직장을 다녔습니다.

이들만의 일상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의 지루한 일상과 ‘나’의 새로운 일상의 교집합이 생기는 순간 여행이 즐거워집니다.

그 접점이 무엇이 되든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그 접점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것이 여행의 묘미라고 생각됩니다.

다시 북쪽으로 올라갔습니다. 드디어 강원도 고성에 도착하였습니다.

북쪽 끝까지 온 김에, 이번에는 서쪽 끝까지 가보기로 합니다.

근처에 있는 진부령을 넘어도 됐지만, ‘미시령’이라는 지명이 친근해서 굳이 속초까지 내려왔습니다.

편하게 휴식을 취하고 미시령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날은 6월 6일 월요일이었습니다. 공휴일이다 보니 미시령에 오르는 자전거 동호회가 종종 보였습니다.

참고로 미시령은 해발 760m 정도 고개이고, 강원도 속초와 인제를 잇습니다.

미시령은 그동안의 오르막과 차원이 달랐습니다. 트레일러를 끌고 올라가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가끔 지나가는 동호회 어른들이 응원을 해주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힘이 났지만, 나중에는 들리지도 않았습니다.

두 시간 동안 낑낑대며 올라간 끝에, 드디어 정상에 도착하였습니다.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앞서 도착한 자전거 동호회 분들이 저를 환영해주시는 겁니다.

갑작스러운 환대에 당황했지만,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습니다.

동호회 카페에 올리신다며 같이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썩 나쁘지 않은 경험이었습니다.

슬슬 갈 준비를 했습니다. 오늘 목적지는 인제군 원통리였습니다. 25km만 가면 됐기 때문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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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가는 길에 무언가를 밟았습니다.

놀라서 브레이크를 잡는데 자전거가 크게 휘청거렸습니다. 브레이크를 놓으니 순간적으로 속도가 붙었습니다. 코너 구간에서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대로 벽에 부닥쳐버렸습니다. 벽에 충돌한 채로 한참 내려가서 멈췄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툭툭 털고 자전거에 올랐습니다. 아무 일 없듯 다시 출발했습니다. 이번에는 브레이크를 꾹 잡고 천천히 내려갔습니다. 팔을 타고 내려온 핏방울이 브레이크에 맺히는 게 보였습니다.

사실 충돌하는 순간 여행이 끝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낼 수 없었습니다.

이 여행을 위해서 양보했던 것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여행을 위해서 1년 휴학을 했고 오래된 여자친구까지 잃었습니다.

이대로 그만둔다면 지난 고생이 물거품이 될 것 같았습니다. 25km만 더 갈까 생각했습니다.

원통리에 가면 보건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 고민을 하는 중 손이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그런 것 같았습니다. ‘조금만 더 가면 될 것 같은데….’ 결국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전치 2주 진단을 받았습니다. 입원하고 며칠 동안 정말 우울했습니다.

원래 대로면 이 시간에 해안면을 지나 와수리에서 점심을 먹고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OO 대학교 병원 환자 병동이었습니다.

행복했던 여행의 날들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렸습니다. 갑작스럽게 방향을 상실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방황’이라는 표현이 적절해 보입니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을 만큼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이 무기력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다시 떠나는 것이 답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리고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 표를 예매했습니다. 빨리 건강해져서 퇴원해야 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유럽의 지붕, 알프스에 가다◀)

이렇게 첫 번째 여행이 끝났습니다.

(2) 두 번째 여행 2017.09.08-2017.10.02 (미시령~서울, 전주~목포~제주~완도~해남~강진)

퇴원을 하자마자 유럽에 다녀왔습니다. 그렇게 바라던 여행을 다녀왔음에도, 그깟 ‘미시령’ 때문에 여행을 그만둔 것이 분했습니다.

올해 미시령을 넘지 않는다면, 제 명에 다 못 살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창고에서 먼지 쌓인 자전거를 꺼냈습니다.

사고의 흔적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눌어붙은 핏자국이 당시의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 같았습니다.

사고 이후 쳐다보지도 않았던 트레일러 등 장비를 점검하고, 다시 떠날 준비를 했습니다.

강원도 속초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했습니다. 미시령을 넘으면 다시 여행을 이어갈 생각이었습니다.

사실 미시령이라고 해서 뭐 대단한 건 아닙니다. 조금 높은 동네 뒷산 정도지만, 사고를 당한 이후 백두산보다 높아 보입니다.

익숙한 길을 따라 미시령 초입에 도착했습니다.

비장한 마음으로 정상을 다시 밟았습니다.

꼭 세 달 만입니다. 이곳은 벌써 찬 바람이 불었습니다.

처음 왔던 그날엔 사람이 많았는데, 아무도 없는 미시령에 올라오니 왠지 모를 쓸쓸함도 느꼈습니다.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했습니다.

온 신경을 집중하며 내려갔습니다. 특히 사고 난 장소를 지날 때 더욱 주의했습니다.

현장을 지나는 찰나에 특히 당시의 감정이 밀려왔습니다. 병원에 입원하고, 유럽 여행을 다녀오고 이곳에 다시 오기까지의 일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허무하게도, 이런저런 생각이 그치기도 전에 반대편에 도착했습니다. ‘미시령을 넘었다!’고 하기 민망할 정도였습니다.

이깟 미시령 때문에 고생했던 걸 생각하니 억울했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편했습니다.

25km 떨어진 원통에서 식사를 하고, 서울에서 버스를 타고 전주로 내려왔습니다.

이번에는 영산강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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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전라남도 작은 시골마을에서 군 생활을 했습니다. 운전병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전라남도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기회가 많았습니다.

운행을 다니며, 나중에 전역하면 꼭 오고 싶은 곳을 수첩에 적어두곤 했습니다. 그중 하나가 땅끝 마을이었습니다.

군용차를 타고 질리도록 다녔던 길을, 이번에는 자전거를 타고 지납니다.

쉬고 싶을 때 쉬고, 눕고 싶을 때 누웠습니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이 길을 다녔던 때와 전혀 대비되는 순간입니다.

익숙했던 길을 지나, 여러 고개를 넘어 땅끝 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운행을 다니며 꼭 한번 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군용차 안에서만 바라봤던 풍경들을 직접 밟아보니, 괜히 울컥했습니다.

나는 많이 변한 것 같은데, 이곳은 그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땅끝에 오면 이상하게도 모든 사람이 쓸쓸한 듯 보입니다. 각자 어떤 사연이 있는 것 같고 어떤 생각에 잠겨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많지는 않지만, 간혹 보이는 사람들은 다들 혼자였습니다. 물론 저도 혼자였습니다.

소나무 숲에 조용히 텐트를 치고, 이곳의 고요에 동참했습니다.

마침 군용차 한 대가 지나갔습니다. 역시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어느덧 추석이 성큼 다가왔습니다. 강진에 있는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맡기고, 명절을 맞이하러 고향으로 올라갔습니다.

이번에는 어디 다친 곳 없이, 웃는 얼굴로 오랜만에 부모님을 찾아뵀습니다 .

그렇게 두 번째 여행이 마무리됐습니다.

(3) 마지막 여행 2017.10.05-2017.10.27 (강진~광양~장흥~여러 섬들~목포~영광~군산)

추석을 쇠고 다시 여행을 이어나갔습니다. 전남 강진을 출발해 남쪽 끝으로 내려왔습니다. 장흥에 있는 노력도에서 어느 섬으로 가는 배를 타고, 이후 금당도, 거금도, 고흥에 있는 소록도 등 여러 섬을 들렀습니다.

순천으로 가는 길에 벌교에 들렀는데, 뜬금없지만 꼬막 백반이 비싸서 못 먹었던 게 아쉽습니다. 전라남도 구석구석 정처 없이 떠돌았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돌아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목포로 가서 서해안에 합류했습니다. 임진강까지 간 다음에 분단선을 따라 미시령을 넘어 속초까지 갈 계획이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우리나라를 한 바퀴 돌았다!’는 타이틀이 욕심났습니다.

서해안을 따라 무안, 함평, 영광 그리고 전라북도 고창을 지나 부안까지 왔습니다.

부안에서 새만금 방조제를 타고 군산에 도착했습니다. 지금 온 것만큼 더 가면 임진강에 도착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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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처럼 텐트를 정리하고 평소처럼 길을 나섰습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충남 서천에 있는 작은 해수욕장이었습니다. 이번 주 안으로 강화도에 도착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면 다음 주 안으로 미시령을 넘어 속초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저는 대한민국을 한 바퀴 돌았다는 타이틀을 갖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도중에 타이어가 터졌습니다. 가끔 있는 일입니다. 미리 준비한 타이어로 교체하고 다시 길을 갔습니다.

그런데 또 얼마 안 갔는데 새 타이어도 터졌습니다.

이제 남은 타이어는 없습니다.

쉬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공원 정자에 누워 잠시 눈을 붙였습니다.

문득 ‘이게 내가 원하는 여행인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스스로 원해서 떠나온 여행입니다.

사실 ‘대한민국 한 바퀴를 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전까지는, 이 여행에 목적지도 없었고 욕심도 없었습니다.

비유하자면 구름처럼 떠다니던 여행이었습니다. 마음 가는 곳이 목적지였고 매일 새롭게 펼쳐지는 풍경들이 소중한 선물이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저를 반기는 여행의 접점들은 그 피로를 풀어주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목표가 생기고 나서부터, 여행은 ‘하고 싶은 것’이 아닌 ‘해야 하는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순수했던 여행이 이제는 한낮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여행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그만둬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바로 집으로 돌아갈까 했지만, 마지막으로 이곳에서 하루 보내기로 했습니다. 텐트를 치고, 의자에 앉아 지난 여행을 돌이켜봤습니다. 갑자기 이렇게 여행을 끝내는 것이 허무하긴 했습니다.

어차피 갑자기 시작한 여행이니 어울리는 결말인 듯합니다.

내일부터는 어디서 잘지 걱정을 할 필요도 없고, 전날 널어 둔 덜 마른 옷을 입을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삼각김밥을 먹으며 여행 경비를 아낄 필요도 없고 빗소리에 잠을 설칠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 순간들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마침 날씨도 추워졌는데 잘 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날씨가 추워져서 다행이었습니다.

3.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일상으로 돌아가는 연습을 했습니다. 여행이 나의 일상이었는데, 원래 일상은 어땠는지 잘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한동안 여행 기록을 정리했습니다. 여행 중 틈틈이 남긴 메모와 일기들, 그리고 엄청난 양의 사진을 분류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지난 흔적들을 보노라면 다시 떠나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이후 남들 다 하는 영어 공부를 하면서 남들 다 있는 자격증 공부도 시작했습니다.

복학하고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정신없이 1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도 가끔 그때가 생각납니다.

여행을 결심한 후에도 한동안 저의 결정에 확신이 없었습니다.

남들보다 뒤처진다는 불안감이 항상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나 이 불안감은 여행을 가는 동안 잠깐일 것입니다.

만약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그 후회는 평생 따라다닐 것 같았습니다.

저는 잠들기 전에 오늘 해낸 일들보다 오늘 못한 일들을 생각합니다. 훗날 눈을 감는 순간에도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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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됐든 무엇이 됐든, 신한은행 S20을 이용하는 소중한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무엇이든 꼭 해보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싶습니다.

거창하지도 않고 성공적이지도 않지만, 20대에게 신한이 전하는 따뜻한 마음을 마지막으로, 신한은행 대학교 홍보대사 마지막 기사를 마무리하겠습니다.

이 마음이 여러분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ND가 아닌 AND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여러분들의 청춘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