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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은 학력고사로 시작된 1982년부터 매년 시행되는 대학 입시 시험으로, 대학 진학을 매우 중요시하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연례 행사 중 하나이다. 본 기사에서는 매년 일어나는 사건인 '수능'과 관련된 트렌드를 살펴봄으로써 메가 트렌드의 변화를 파악하고자 한다.

1. 엿 먹기 싫어요 : 선물의 트렌드

수능이 다가오면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수험생들에게 선물을 주는데, 선물에도 트렌드가 있다. 과거에는 수능 응원 선물의 대명사인 엿과 찹쌀떡과 같은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선물을 줬다면, 이제는 수능 응원 선물을 고를 때도 가성비와 가심비를 고려한다.

1982년 시작된 학력고사 시절, 수험생들에게 인기 있는 선물은 바로 엿과 찹쌀떡이다. 당시에는 가고 싶은 대학에 먼저 지원한 후 시험을 보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붙는다'라는 의미가 적극 활용되어 '원하는 대학에 잘 붙어라'라는 의미에서 끈적거리는 질감의 음식들을 주로 수능 선물로 보냈다.

1994년 학력고사 폐지 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도입되고 입시 체제가 바뀌면서 ‘붙는다'라는 개념에 국한되지 않고 잘 찍으라는 의미의 포크, 다트를 비롯해 문제를 잘 풀으라는 뜻의 두루마리 휴지까지 유행했다. 즉 여전히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 선물이 트렌드였지만 입시 체제의 변화를 반영하여 이에 맞는 의미를 지닌 선물이 인기였다.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는 웰빙 열풍이 불면서 수능 선물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다크초콜릿이 엿을 대체했고, 수험생의 컨디션을 높여주는 비타민제, 소화제 등의 영양제들이 인기를 얻었다.

2010년대를 지배한 소비 트렌드는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이다. 즉 손목시계, 방석, 담요와 같은 실용적인 선물이 인기를 얻었다. 올해 2018년 수능 선물로는 심신의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이른바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가심비는 기존에 중시되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마음 ‘심(心)’자를 더해 가격 대비 성능은 물론 심리적 안정과 만족감을 중시하는 소비 형태를 말하는데, 이러한 소비 트렌드가 수능 선물에도 반영되어 향초, 캔들과 같은 향기 관련 제품의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2배 신장했다고 한다.

2. 수험생 이벤트도 빈익빈 부익부?

수능 시즌이 되면 유통업체들은 ‘수능 특수’를 노리고 다양한 할인 이벤트와 마케팅을 진행한다. 수험생들의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 때문이다. 한편 대형 유통업체들은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할인 혜택 이벤트를 나서고 있지만 동네 상권들은 그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이유는 소규모 점포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했던 과거와는 달리 소비 트렌드 변화로 인해 대형 유통매장이나 온라인 등을 통한 물품 구매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장기 불황으로 인한 임대료와 인건비 상승에 소규모 점포는 수험생을 겨냥한 프로모션을 하기가 쉽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동네상권 매장에서는 수능 특수가 점점 사라져 가는 추세”라며 “대형 유통업계만 수능 이후에도 꾸준히 수험생 고객 잡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3. 먹지만 말고 체험하세요

과거에는 수험생 할인 이벤트를 시행하는 곳이 패션, 외식업체가 주된 점포였지만 현재는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의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것에서 나아가 체험에 초점을 맞춰 감성 마케팅을 진행한다.

대표적인 예시로 준오헤어의 수험생 감동 이벤트를 제시할 수 있는데, 참여 방법은 '우리 엄마는 ㅇㅇㅇ한 엄마입니다'의 ㅇㅇㅇ을 채운 후, 부모님과 함께 찍은 사진 업로드 및 사연을 함께 준오헤어 공식 인스타그램에 DM을 보내면 된다. 당첨자에게는 부모님과 함께 준오헤어 TOP 스타일리스트에게 헤어·메이크업을 받을 기회와 퍼포먼스 공연 JUMP 관람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즉 과거에는 단순히 할인 이벤트를 진행한 반면 SNS의 이벤트에 직접 참여하며 감성적인 체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한 항공사, 호텔 등 체험형 소비와 관련된 업체의 이벤트도 증가하였다. 이스타 항공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른 수험생들을 위해 15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국내선 전 노선에 대해 항공권 추가 10%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커피전문점 탐앤탐스는 15일부터 12월 31일까지 커피 교육기관 ‘탐앤탐스 아카데미’에서 올해 수능을 치른 수험생을 대상으로 커피 강좌 이벤트를 연다.

4. “숨쉬세요(Breathe)” : 응원의 트렌드

SNS의 발달로 인해 수능 기간이 되면 각종 SNS에 수능과 관련된 응원 메시지와 영상이 올라온다. 한편 ‘수능’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많이 언급된 SNS는 트위터였고, 이 기간 가장 많은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은 이슈 트위터는 영국남자 올리의 영상이었다.

유튜브에 286만 구독자를 보유한 ‘영국남자’에 등장한 올리가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이란 질문에 “Breathe(숨쉬세요). Honestly that’s what I would say. Breathe.(정말로 그게 내가 해주고 싶은말이야. 숨쉬세요.)” 한 말에 울컥했다는 이 트윗은 1만 3639회 리트윗 되며 화제를 모았다. 즉 수험생들은 부담을 느낄 수 있는 가족과 지인의 응원보다는 SNS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인플루언서들의 응원 메시지에 더 쉽게 공감하게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수능 관련 트렌드가 나타나게 된 배경과 이유는 무엇일까?

총 3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해보았다.

첫 번째는 ‘가심비’이다. 가격 대비 성능을 뜻하는 가성비(價性比)에 마음 심(心)을 더한 것으로 가성비는 물론이고 심리적인 만족감까지 중시하는 소비 형태를 일컫는다. 가성비의 경우 가격이 싼 것을 고르는 경우가 많지만 가심비의 경우 조금 비싸더라도 자신을 위한 것을 구매한다. 가심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전망한 2018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정됐다.

두 번째는 ‘체험’과 ‘감성적 요소’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가치 변화이다. 가심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에만 만족하지 않는다. 각각의 브랜드가 지닌 이미지와 개성, 가치 등 감성적인 부분까지 채워줄 수 있는 이른바 ‘감성 소비’를 추구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수능 선물과 이벤트와 관련된 마케팅에도 이러한 체험 마케팅과 감성적 요소를 강조한 전략이 돋보인다.

마지막으로, 트렌드를 반영하기 쉬운 생산자와 소비자의 특성 때문이다. 수능이라는 연례행사는 일시적으로 소비가 폭발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생산자의 입장에서도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통해 소비자를 현혹하기 위해 경쟁하고, 수험생이라는 소비자 집단도 그동안 위축된 소비 욕망을 분출하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소비를 늘린다. 또한 그동안 입시로 인해 지쳐 이에 대해 보상 받고 싶어 하는 마음이 극대화하여 나타나기 때문에 마케팅 전략에 현혹되기 쉽다.

지금까지 ‘수능’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트렌드의 변화 양상을 간략하게 살펴봄으로써 매년 일어나는 사건과 관련된 트렌드를 살펴봄으로써 메가 트렌드의 변화를 파악하고자 한다. 대한민국에서 수학능력시험을 통해 대학에 들어가는 입시 체제가 사라지지 않는 한, 수능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연례행사가 될 것이다. 수능 특수를 노리는 마케팅은 범람할 것이고, 소비 트렌드, 경기 침체, 사회문화적 상황 등의 영향을 받아 극대화된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다. 수능 시기의 소비를 살펴보면, 그 해 우리나라의 메가 트렌드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