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스토리

*여행 경로
-> Bergen- Hardanger- Rosendal- Norheimsund- Lysøen- Håkonsvern

평균속도가 5~6노트(8키로 정도)라 차로 4시간 거리를 요트로는 하루 10시간씩 총 40시간 정도 항해했다. 그 덕분에 너무나 멋진 피오르드 경관들을 스쳐 보내지 않고 눈에 확실히 담을 수 있었다.

함께 여행했던 외이빈과 토르무드. 토르무드가 자신이 소유한 요트로 픽업해줘서 나로서는 즐거운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 두 분 모두 바이킹의 후예답게 유머러스하고 친절하고 남자다웠다. 여기서 남자답다는 것은 거칠다기보다는 맥가이버처럼 뭐든 해내는 사람을 지칭한 표현이다. 지도 한 장으로 항해하고, 망망대해에서 밥을 지어먹고, 잡은 생선을 손질하고, 고장난 엔진을 고치는 그야말로 만능맨이었으니까.

다행히 대부분의 기간 동안 파도가 잔잔하고 날씨가 좋았다. 마지막 베르겐으로 돌아올 땐 바람이 아주 강하게 불어서 파도에 배가 반쯤 기울며 가긴 했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경로를 따르다가 유명한 황금어장이 있으면 요트의 닻을 내리고 낚시를 했다.
물고기가 찌를 확실히 물고 나서 시작되는 긴박한 싸움. 어떻게든 벗어나려 헤엄치는 물고기의 손맛, 월척을 낚았을 때의 짜릿함. 이 맛에 아저씨들이 낚시에 열광하고 심지어 낚시전문 채널과 잡지까지 생겼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잡은 생선은 그날 저녁에 바로 해치웠다. 뼈를 발라내는 손질 후 노르웨이 방식대로 버터에 구워서 빵 위에 올려 먹었다.

버터에 구운 고등어를 빵 위에 올려서 마요네즈를 뿌려먹었다.

밥을 먹고 나니 해가 뉘엿뉘엿 졌다. 근처 항구에 요트를 정박하고 주변 마을을 산책하였다. 잔잔하니 평화로운 동네였다. 머나먼 타국에서 이름도 모르는 낯선 동네를 우연히 걷고 있다는 것에 왠지 모를 설렘이 다가왔다.

다음날 일어나서 아침을 먹었다. 외이빈과 토르무드가 이것저것 노르웨이 음식들을 만들어주셨는데 모두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노르웨이 음식은 보통 짠맛이 강해서 입맛이 짠 사람이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요트가 밖에서 보면 작아보여도 나름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다. 안쪽에 침실, 주방, 테이블, 화장실 등이 있다.

토르무드(Tormod)의 이름이 길어서 내가 좋아하는 마블 히어로인 토르라고 불러도 되겠냐고 물어봤다. 근데 토르무드가 토르 영화를 안 봐서 모를 수도 있겠다 싶어서 토르를 아냐고 물어보니까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 맞다 토르는 북유럽 신화였지...

요트는 좁고 한정된 공간이지만 3박 4일 동안 나름 알차게 지냈다. 수다를 떨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카드게임을 하거나 잠을 자거나 풍경을 감상했다. 그리고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생각으로 사진도 많이 찍었다.

요트의 갑판 위에서 낮잠을 자고 눈뜨는 순간 보였던 높게 솟은 돛대이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이 장면을 보았던 순간만은 정말 신선이 된 것만 같았다.

노르웨이는 백야현상 때문에 여름에 자정이 넘어도 날이 밝은 나라이다. 하지만 반대로 겨울에는 하루에 두세시간을 제외하고는 해가 뜨지 않는 암흑의 나라가 된다. 그래서인지 여름에는 무조건 밖으로 나와 햇빛을 만끽하고 여행을 즐긴다.

잠시 요트를 정박하고 돌아다녔던 rosendal. 풍경이 마치 영화 호빗에 나온 마을처럼 동화 같았던 곳이다.

멋진 산이 우뚝 솟아있어서 온 김에 등반해보고 싶었지만 왕복 8시간 코스에 전문 장비가 없으면 위험할 만큼 어려운 산이라고 해서 아쉽지만 멀리서 보는 것으로 만족하였다.

야간 항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자정을 넘긴 시간, 완전 캄캄한게 아니라 짙은 녹색의 분위기였다. 뭔가 스산했지만 몽환적이면서 신비로웠다.

요트에서 만들어 먹었던 음식들

요트는 이동, 잠자리, 화장실 등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지만 확실히 호텔보다는 불편했다. 대신에 현대적인 편리와 빠름에서 벗어나 불편함과 자연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요트가 멈추는 곳이 그날의 숙소가 되고 식당이 되는 매력적인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