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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고등학생일 때부터 서강대학교에 대한 소문은 아주 무성했다.
대학만 합격하면 눈 앞에 핑크빛 세상이 펼쳐지리라 자기 최면하며 공부하던 고3 시절, 고등학교의 연장선이나 마찬가지라는 서강대학교를 내가 좋게 생각할 리 없었다. 푸대접은 내가 대학에 진학해서도 별 다를 바 없었다. 타 대학의 학생들마저 서강대만의 특이한 학풍을 신기해하고 안타까워하는 경우가 더러 있던 경험에 착안하여, 다른 대학과는 다르게 서강대학교만이 가지는 특징에 대해 소개해볼까 한다.

서강대학교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예비 서강인을 위한 이벤트!] 게시글에 달린 총 41개의 서강대학교에 대한 궁금증을 주제 별로 분류해보았다.

수업 관련

문: 솔직히 궁금했다. 정말 수업 때마다 종을 치나?
답: 굳이 시계를 쳐다보지 않더라도, 교수님의 강의와는 관계없이 슬그머니 주섬주섬 가방을 싸서 나갈 채비를 하시는 학우님들을 보면 수업이 얼마 안 있으면 끝나겠구나 자연스레 느낄 수 있다. 서강대학교는 교수님의 말씀으로 수업을 마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울리는 수업 종에 의해 철저하게 수업시간과 쉬는 시간을 구분한다.

문: 캠퍼스의 크기가 다른 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고 들었다. 쉬는 시간 안에 모든 건물간 이동이 가능하다는데 사실인가?
답: 수업은 1시간 15분 동안 진행되며 쉬는 시간은 15분입니다. 캠퍼스가 앙증맞은 동산 위를 빙 두르며 형성되어 있는 탓에, 정문에서부터 후문까지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20분이 걸릴까 말까 한다. 다들 큰 불편 없이 다니는 것 같기는 하지만, 혹여 본인 걸음이 너무 느린 편이라면 수강신청 시 개설 과목의 강의실 정보와 캠퍼스 배치도를 함께 두고 시간표를 현명하게 구성하기 바란다.

문: 모든 수업이 좌석제라는데, 자리 잘 잡는 꿀팁이 있다면?
답: 개강 첫 주 치열한 자리싸움 끝에 앉을 자리를 정한 후 좌석표에 기입하고 나면, 남은 4개월 간은 꼼짝없이 그 자리에 앉아야 한다. 그 좌석표를 바탕으로 수업마다 계시는 조교님들이 수강생 출석 체크를 한다. 자리를 잘 잡는 꿀팁이란 그저 본인은 어느 쯤에 앉는 것이 좋을지 스스로 잘 판단해보고(과대평가는 금물), 부지런히 도착해서 마음에 드는 자리를 선점하는 것밖에는 없어 보인다. 다만 한 학기 동안 꽁냥꽁냥 옆에 앉아 함께 수업 들을 생각에 이성이 마비된 캠퍼스커플에게 뼈 아픈 조언을 남기자면, 우리는 그럴 일 없을 것 같지만 누구에게도 예외는 없다.

학사제도 관련

문: 짜디 짜다는 서강대학교 학점제도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 ABCDF 별로 점수가 정확히 어떻게 되나?
답: 대학의 소위 말하는 ‘학점 평점’은 보통 4.5 만점과 4.3 만점으로 나뉘어지는데, 서강대학교는 4.3 만점이다. 이에 기반한 세부 성적 등급은 아래와 같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서강대학교에는 F와는 별개로 FA라는 등급이 존재한다. 이는 ‘Failure because of Absence’의 줄임말로, 좌석표를 바탕으로 한 출석 체크에 기반하여 한 학기 동안 결석이 5번 이상이면 무조건 최하점, F를 받는 경우를 일컫는다. 일말의 자비 없이 적용된다.
또한 다른 학교에는 학사경고제도만 존재하는 것과 다르게 서강대학교는 학사경고와 더불어 제적경고제도까지 설치해두고 있다. 학사경고는 학점 평점이 2.0을 넘지 못할 경우 부여하며, 학사경고를 연속하여 받지 않는 이상 페널티는 크게 없다. 하지만 제적경고의 경우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1학년 1학기 학생의 경우 학점 평점이 1.5를 넘지 못할 경우 제적경고가 부여되며 이 경고는 무조건 부모님, 지도교수님과의 삼자 면담이 필요하다. 면담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 학기 등록이 불가능하기에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를 위한 아주 엄격한 학사제도라고 할 수 있다. 자취생이나 하숙을 하는 학우 분들의 경우 부모님 대신 하숙집 이모, 집주인 할머니 등을 면담에 대동하는 경우를 종종 본 적이 있다.

문: 복수전공제도는 활발한가?
답: 서강대학교는 복수전공에 관하여서는 아주 잘 제도화 되어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다른 학교의 경우 복수전공에 학점 제한을 둔다거나 서로 다른 단과대로의 복수전공이 이루어질 경우 몇 가지 조건들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들었다. 하지만 서강대학교는 그저 개인의 재학 기간이 길어질 뿐 복수전공을 신청하는데 현재 아무런 제한도 존재하지 않는다.

문: 다른 학교와 학점교류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답: 이 또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연세대학교나 이화여자대학교, 홍익대학교 등은 물론이거니와 고려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국내 유수의 대학들과의 학점 교류 시스템이 잘 형성되어 있어 다른 학교의 문화를 체험해보기에 아주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그 외

문: 교내에 성당이 위치해있는 등 종교 색을 띠는 학교라고 알고 있다. 미사 등 종교의식(?) 관련된 건 어떤 게 얼마나 있나?
답: 서강대학교는 천주교 예수회가 설립한 대학기관이다. 하여 해당 교시 휴강으로 처리되는 개강 축복 미사가 한 번씩 있고, 상반기에는 부활절에 학교 전체가 휴가를 맞기도 한다. ‘신학적 인간학’과 같은 강의가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선택과목 중 하나일 뿐이며, 그 외에 기독교 학교의 ‘채플’과 같은 필수 종교 강의는 아예 없다고 보면 된다 .

문: 교내에서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있나요?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답: 편의점이나 카페, 음식점, 서점 등이 모여있는 교내 건물 중 하나인 곤자가 플라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수도 있지만, 학부 별 행정 팀 혹은 멀티미디어실 등에서 필요로 하는 근로 장학생 아르바이트를 추천한다. 상시로 뽑는 것이 아니라 소개로 자리가 이어진다는 점 때문에 이에 대해 아는 사람 자체가 드물기는 하지만, 공강시간에 들락거리며 간단히 업무를 보조하고 본인 공부를 하다 보면 매 달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놀라운 경험을 해볼 수 있다.

4년째 서강대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나는 학교에 대해 가지는 자부심이 상당하다. 이는 단순히 대학의 서열, 순위에 기반한 것이 아니다. 어느 학교든 마찬가지이겠지만, 서강대학교는 특히나 조직 내 구성원들의 열의로 형성되는 특별한 문화, 학풍이 존재하는데, 이 점이 바로 서강대학교를 나의 자랑으로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서강은 다르지만, 다른 만큼 조금 더 특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