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스토리

홀로서기의 첫 시작, 대학 시절의 자취!

사람마다 약간씩 다르겠지만, 누구나 자취 생활에 대한 낭만을 조금씩은 가지고 있다.

모던한 분위기로 깔끔하게 맞춰진 컬러, 자기 직전 새벽 감성을 한껏 느끼게 해주는 무드등,

내가 좋아하는 사진들로 예쁘게 장식된 벽 메모판, 곳곳에 놓여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허브,

절로 요리하고 싶어지는 아담한 주방까지.

필자 또한 그런 로망을 한껏 지닌 사람 중 한 명이었고,

1학년 2학기 자취의 꿈을 실현하게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한 것과 달랐다.

아무것도 꾸며지지 않은 3평짜리 원룸은 그야말로 백지장 같았으니까.

아래 사진은 그나마 꾸미는 도중 찍은 사진이다.

집에서 흔히 보던 것과 마찬가지인 체리색 문과 장판,

너무 코딱지만 해서 필요한 가구조차 다 넣을 수 있을지 의문인 좁은 공간,

벽지엔 심지어 곰팡이까지……

‘집 꾸미기’, ‘원룸 만들기’ 등의 페이지를 평소 구독하며

어느 정도 인테리어 감각(?)을 쌓아왔다고 생각했던 나였지만,

현실 자취방 앞에서 머리가 하얗게 되어가는 걸 보며 근거 없는 자신감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결국 이리저리 무언가를 배치하긴 했지만, 첫 3주간은 아래처럼 오합지졸인 상태가 이어져갔다.

이후 ‘다이소’, ‘모던하우스’, ‘butter’, 인터넷 디자인 매장을 전전하며

이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찾아 나섰다.

페이지에서 본 디자인 요소와 내 3평짜리 방에서 손댈 수 있는 부분을 계속해서 비교하며,

필자는 깔끔한 인테리어에 필요한 세 가지 원칙을 찾아냈다.

1. 주요 컬러를 3가지 이내로 제한할 것.

2. ‘예쁜’소품이 아닌 ‘조화로운’소품을 살 것.

3. 실용성과 동선까지 고려할 것.

그렇게 2달 만에 완성된 내 자취방의 모습은 아래와 같다. 짜잔!

위는 화장실 문과 거실 쪽, 아래 사진은 침실과 옷장 그리고 수납장 쪽이다.

필자는 방의 컬러를 블랙 – 그레이 – 화이트 세 가지 톤으로 통일하려고 했다.

특히 침실 쪽 벽을 그레이 톤으로 해 아늑한 느낌을 내게 하고,

달 모양 코팅 필름과 직접 만든 구름 조명을 붙여 밤하늘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다.

무드등과 가랜드도 함께 두어 놀러 온 사람들의 포토존, 일명 ‘침대 스튜디오’ 역할을 했다.

오합지졸로 갖가지 액자가 배열되어있던 벽걸이 선반은

플레이팅에 필요한 주방 소품과 캔들, 그리고 수중식물들을 놓아두어 전체적인 톤을 맞췄다.

완성되기 전 촌스러운 파란색을 뿜어내던 갤러리 액자는 검은색 식탁보를 붙여 재활용하였다.

빨간 불이 너무 신경 쓰이던 소화전은 직접 만든 검은색 박스를 간이로 덮어두었다.

그 위엔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트리 장식을 압정으로 고정해두었다.

5000\밖에 하지 않는 다이소 에펠탑 디퓨저는

현관에 들어설 때부터 상큼한 레몬향을 맡을 수 있게 해준다.

홈 파티 때 데코레이션을 하기 위해 산 2000\짜리 조화는 평소엔 검은색 시약병에 놓아둔다.

홈 파티 때마다 친구들과 한두 병씩 마시곤 했던 7000\-10000\짜리 와인병들은

이렇게 선반 한편에[윤소1] 모아두면 사뭇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내곤 한다.

한 모종에 2000\밖에 하지 않는 식물들은 곳곳에서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꽃집에서 처음 살 때 수중에서 기를 수 있는지 물어보고,

통과된 아이들을 직접 흙을 덜어내어 공병에 옮긴 것이다.

처음 작업이 약간 번거롭긴 하지만, 한번 끝내고 나면 물을 줄 필요도 없고

유리병에 담긴 모습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예쁘기 때문에 추천하는 방법이다.

침대 옆 메모판의 인테리어는 애정하는 포토북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 ‘우리의 삶이 춤이 된다면’에서 선별한 사진 카피본이 담당한다.

다이소에서 1000\이면 느낌있는 검은색[윤소2] 철망을 구입할 수 있는데,

우드 집게를 활용하여 좋아하는 사진들을 걸어둔다면

소박하지만 내 방에 딱 어울리는 맞춤 갤러리가 된다.

3000\에 구입한 유칼립투스 한 묶음을 무드등 위에 걸어두어 자연건조했다.[윤소3]

이렇게 걸어두면 그 자체로 훌륭한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또 반투명 창문을 통해 보기 싫게 비치던 주방의 모습은

그레이 톤 블라인드를 안쪽에 달아서 가려주었다.

물론 주방을 가리는 용도뿐만 아니라, 밖에서 보는 걸 가리는 용도와 햇빛 차단 용으로도

꼭 필요했던 아이템이다.

이렇게 나름 깔끔하게 집을 꾸미고 나면, 친구들을 초대할 맛이 난다!

스스로 독립한 대학교 1학년 크리스마스, 친구들 3명과 함께 직접 이브 파티를 열었다.

로스트 치킨과 고르곤졸라 피자, 트리 모양 케익, 구겔호프 쇼콜라 케익, 크림치즈 타르트…

눈과 입을 즐겁게 할 음식들을 이틀에 걸쳐 만들고,

다이소에서 준비한 빨간 냅킨, 냅킨 홀더, 조화, 크리스마스 볼, 캔들 등을 활용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집 배경에 자신이 없었더라면 친구들과 이런 근사한 홈 파티를 열 엄두를 냈을까?

별 거 아닌 값싼 소품들로 연출한 파티장이지만

정성만으로 호스트와 게스트 모두에게 평생의 추억으로 남을 크리스마스이브를 선사해주었다.

이후에도 ‘신정이니까’, ‘연초니까’라는 다양한 핑계로

여러 멤버들과 필자의 자취방에서 매번 새로운 파티 시간을 즐겼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한 집에 모여서 이렇게 꾸미고, 먹고, 사진 찍으며 유치하게 노는 것.

아마 대학생 때만 가능할 이런 추억들은, 직접 꾸민 공간이 없었더라면 만들기 어려웠을 거다.

아무 필요한 가구도, 가재도구도 들고 들어가지 않은 채

하나부터 열까지 발품 팔아가며 만들었던 내 공간.

인테리어라면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며 감탄하는 게 전부인 쌩초보지만,

‘다이소’와 ‘모던하우스’같은 흔히 볼 수 있는 가게에서

하나 둘씩 힌트를 얻어 내 집이라는 퍼즐을 완성했다.

어차피 자취를 해야 한다면 음침하고 좁은 원룸에서 안주하며 살기보다

자신의 입맛에 맞게 작은 것부터 바꿔보는 건 어떨까?

어쩌면 젊은 날의 로망을 이룰 수 있는, 자신만의 특별한 아지트가 생겨날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