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스토리

“인도를 일주일 여행한 사람은 책을 한 권 쓰고

일곱 달을 머문 사람은 글을 한 편 쓰지만,

7년 동안 거주한 사람은 아무것도 쓰지 못한다”

<인도에는 카레가 없다>에 서술된 내용이다.

나는 6년 동안 인도에서 살며 수많은 일들을 겪었다.

인도 사람들을 사귀고, 여러 곳을 여행하며

인도를 뿌리부터 알고자 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것은 아주 작은 인도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인도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

인도는 나에게 영감과 에너지를 주었지만

나는 인도를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

파괴의 신 시바가 무서운 모습을 하고 있다가

춤의 신 나타라자로 변할 때 보이는 광휘라고 할까.

인도는 하나 같지만 무수히 다른 모습을 숨기고 있다.

그래서 수많은 여행객이 인도를 찾는 것인지 모른다.

1. 손과 숟가락

인도 하면 떠오르는 게 무엇일까, 타지마할? 발리우드(Bollywood)?

나는 인도 유학에 가기 앞서 가장 걱정 되었던 것이 바로 음식이었다.

더욱이 먼저 인도에 온 언니가 인도 음식에 고개를 저었으므로 약간 공포까지 지니고 있었다.

나는 한국 카레와 인도 카레가 다르다는 것을 겨우 아는 정도였다.

식당에 들어가자, 인도인들이 손으로만 밥을 먹는게 아니라

숟가락과 포크, 가끔은 나이프까지 사용했다.

젓가락을 쓰지 않는 한국인이 있는 것처럼

인도인이 손으로 밥을 먹는다는 것도 고정관념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간혹 인도인들 중에는 힌디를 모르는 척하며 영어만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다수 인도인은 사리를 입고, 탈리를 오른손으로 먹으며,

힌디, 타밀어, 뱅골어, 구자라트어, 칸나다어, 마라티어, 우르두어 등

18종의 언어를 지역 공용어로 사용한다.

인도에 오면 인도 문화를 알고 인도의 관습에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지 못할 때 레몬이 담긴 따뜻한 물을 마시게 될지 모른다.

그것은 아무리 예쁜 그릇에 나왔다고 할지라도 손을 씻는 물이다.

나는 인도 음식 중에서도 잘 구운 갈릭 난(Galic Naan)을 쭉 찢어서

치킨 커리(Chicken Curry)에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한다.

감자가 주 재료인 알루 고비, 시금치가 주 재료인 팔락 파니르,

새우가 들어간 쉬림프 반달루도 맛있다.

그레비(Gravy) 류의 음식은 손으로 퍼먹을 수 있는 온도로 나오니

화상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탄두리 치킨과 도사, 비리야니 등은

소개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이고

후식으로 먹는 요구르트 종류인 라씨(Lassi)도 있다.

나는 특히 바나나 라씨를 즐겨 먹었다.

인도에 여행 가기 전에 한국에 있는 인도 음식점에 들러

한 번 먹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습관처럼 마시게 되는 것이 짜이(Chai)이다.

5루피 정도면 어디서건 사 먹을 수 있는데,

차와 생강, 우유, 설탕을 듬뿍 섞어 달인 짜이는 정말로 피로를 몰아낸다.

커피광도 짜이만으로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한편 인도 음식에 물릴 때가 되면

가끔 인도의 인스턴트 라면을 먹어보는 것도 괜찮다.

나는 메기(Maggie, 카레 라면)와 핫해즈(Hot Heads)라는 라면을 즐겨 먹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인도 라면은 절대 한국 라면과 같이

뜨거운 물을 많이 부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인도 라면은 컵 한 잔 정도의 물을 넣고 물이 사라질 때까지 졸여야 하는데,

성격 급한 한국인들이 물을 붓고 끓여서 망치는 경우도 많다.

2. 정글의 도로 법칙

인도에는 인도가 없다.

내가 인도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충격 받았던 것은 바로 도로였다.

질서 있는 한국의 차도와는 다르게 인도에는 차선이 거의 없고

차와 사람이 뒤섞여 있는 경우가 많다.

온갖 자동차들은 경적을 울리고

오토릭샤는 탈탈거리고

사람들은 느릿느릿 걷는다.

인도인들은 감으로 차선을 정해 운전했고,

인도와 차도의 구분 없이 도로 한가운데를 걷거나,

이웃끼리 도로에 나와서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것이 우리의 눈에는 혼란스럽게만 보인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차와 인간만 거리에 나온 것이 아니라

소와 양, 심지어 돼지와 원숭이, 혹은 공작까지 나와서 노는 경우도 있다.

도로는 모든 생명체의 놀이터인 것이다.

번잡한 도로 가운데에서

개가 잠을 자고, 소가 되새김질을 하고,

병목 현상으로 혼잡한 도로에 나와 구걸하거나 물건을 파는 사람들도 많다.

한편 밤이 되면 모포를 둘러쓰고 잠을 자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걸리적거린다.

도로가 이렇게 다양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하지만 거기에도 암묵적인 룰이 정해져 있는데,

버스, 트럭, 승용차, 릭샤, 자전거, 오토바이, 소가 끄는 짐수레,

낙타나 코끼리와 뒤섞여 있지만 거리에 나와 있는 모든 생명체를 존중한다는 점이다.

릭샤 혹은 오토릭샤는 단거리를 이동할 때 유용하다.

릭샤는 미터로 거리를 재고 요금을 부과하는데, 지역에 따라 기본 요금이 다르다.

릭샤 운전사들은 순수한 여행객들에게 요금 덤태기를 씌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힌디 몇 마디로 소리를 질러주면 꼬리를 내려버리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주로 밤 11시 이후에는 정상요금에 50퍼센트 정도를 더 부과한다.

릭샤는 매우 시끄럽고 불편하며 공해를 유발시키지만,

이들이 없으면 도시가 마비된다.

저렴하면서도 가장 편리한 교통수단인 것이다.

인도 여행을 할 때 가장 유용하게 쓰이는 교통수단은 역시 기차다.

인도에서 시베리아 기차여행이나 유럽 기차여행을 꿈꾸면 안 된다.

뭄바이 출근길 기차는 대부분 만석이고,

문이 뚫려있기 때문에 출근하다 문밖으로 떨어지지 않게 조심해야 할 정도이다.

특히 문 한 가운데에는 봉이 하나씩 존재하는데,

인도인들은 그 봉을 잡고 달리는 기차를 타고 내린다.

또, 달리는 기차 안에서 그 봉을 잡고 기차 밖에 몸을 내놓는 위험한 짓을 한다.

텁텁한 기차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었을까?

모든 인도 기차는 1등석부터 3등석으로 나뉜다.

1등석이라 하더라도 가격이 크게 비싸지 않으니

1등석 슬리핑 좌석으로 여행하는 걸 추천한다.

하지만 1등석이라고 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1등석의 시설과 서비스가 제공해주지 않는다.

그저 좌석이 확실해 긴 여행에 잠을 잘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많이 좋아졌지만 배낭을 머리에 베거나 다리 밑에 두고 자야 한다.

트렁크라면 침대 밑에 쇠사슬로 묶어두는 편이 낫다.

잠 깨어 일어나보면 사라지는 일도 종종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차가 정시에 출발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산이다.

물론 정시에 나가 대기해야 하지만 어떤 플랫폼에서 기차가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예약된 칸에 자기 이름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어떤 경우에는 기차가 서너 시간 연착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기차를 타고 자기 자리를 확인할 때까지 결코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3. 저렴한 숙소들

인도는 여행의 천국이다.

더럽고 시끄럽고 혼란스럽다고 하지만

그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그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나는 인도를 여행하며 고급호텔에서 묵은 적이 없다.

항상 배낭을 걸머메고 기차와 로컬버스를 타고 배낭여행자들이 묵는 숙소를 이용했다.

어떤 도미토리는 100루피(1,700원)였고,

두 명이서 150루피짜리 방을 사용하기도 했다.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으면 바켓으로 하나 얻어와 샤워를 하면 되었다.

그래도 그런 숙소를 얻었을 때 얼마나 안락하고 행복하게 잘 수 있는지 모른다.

다만 모기향은 준비해야 한다.

숙소에서 제공하기도 하지만 모기퇴치제나 모기향이 있으면 더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다.

한 달 동안 50만원 정도로 인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놀라운가.

그 돈으로 선물까지 살 수 있을 것이다.

인도는 숙소를 오두막(lodge)이라 부르고,

식당이 있으면 호텔(hotel)이라고 한다.

여행 중에 300루피 (약 5천원) 숙소에 들면

뜨거운 물이 꽤 잘 나오는 숙소일 가능성이 많다.

여행 가이드를 보면 숙소에 대한 정보가 빼곡하니 그것들을 참고하길 바란다.

하지만 뭄바이나 뱅갈루루 같은 대도시 숙소는 비싸다.

적어도 1,500루피 이상을 예상해야 한다.

한가지 팁을 주자면, 인도 길거리에서 파는 생수는

대부분 빈 플라스틱 병에 수돗물을 담아 포장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생수를 번듯한 가게에서 사야 한다.

한 번 물갈이를 시작하면 여행하는 내내 고통스럽다.

페트병 뚜껑을 잘 살펴보고 사야 한다.

그리고 여행 중에 낯선 사람이 친절하게 접근하면서 건네는 음료수는 절대로 마셔서는 안 된다.

인도는 조심하면 천국이지만

방심하면 지옥이 될 수도 있다.

미리 여행정보를 챙기고,

준비를 잘해 멋진 여행을 하도록 하자.

어쩌면 인도여행을 다녀온 뒤에 당신의 인생이 바뀌어 있을지 모른다.

천의 얼굴을 가진 인도, 당신도 그 매력에 빠져보라.

거기서 히말라야가 나오고 부처님이 나오고 요가가 나왔다.

당신들이 빠진 인도는 어떤 인도인가.

나는 아직도 인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