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스토리

#혼자여행

왠지 그런 날이 있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오롯이 내가 원하는 것들로만 하루를 채우고 싶은 날들.

그런 마음에 강한 에너지가 더해질 때 나는 저 멀리 여행을 떠난다.

일상 속에 혼자 있는 것과 낯선 곳에 나를 던져보는 것,

이 둘 사이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나는 저 멀리 혼자 여행을 떠난다.

누군가에겐 그저 하나의 추억, 또 다른 누군가에겐 아주 큰 도전이 될 수도 있는 ‘혼자 여행’.

나의 ‘혼자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순천 그리고 여수 – 내가 첫 번째로 떠난 곳

휴학을 하고 세운 큰 목표 중 하나가 바로 혼자서 여행을 가는 것이었다.

지금 살고 있는 대구를 포함한 영남권 지역에서 벗어나 조금 더 멀리 떠나보고 싶었다.

시외버스로 장장 네 시간이 넘는 거리의 순천에 도착해 가장 먼저 간 곳은 바로 순천만이었다 .

생각보다 훨씬 장엄한 자연 경관에 넋을 놓았고,

혼자 왔냐며 말을 걸어주시는 일부 관광객들과 잠깐의 여행 메이트가 되기도 했다.

혼자 여행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내가 가고 싶을 때 가고,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다는 것.

여행 전 날부터 속이 안 좋았던 차에 점심에 먹은 꼬막 정식을 게워내고

여수에 도착하자마자 숙소에서 한 시간 정도 잠을 잤다.

원래의 계획은 짐만 풀어놓고 바로 여수 밤바다를 보며 낭만에 빠지는 것이었는데,

몸이 안 따르니 쉴 수밖에.

이러한 점도 혼자였기에 할 수 있었던 것, 누군가와 함께 왔다면 약속한 일정에

나를 꾸깃꾸깃 넣고 있었을 것이다.

대략 한 시간 정도의 휴식 후 지도 앱을 켜 여수 밤바다로 향했다 .

저 멀리 보이는 반짝이는 대교와 케이블카가 체기를 싹 가라앉혀 주었다.

그렇게 약 한 시간 동안 삼각대로 이래저래 사진도 찍고 숙소로 돌아가 하루를 마무리했다 .

다음 날 여유롭게 일어나 조식을 먹고 오동도로 향했다 .

오동도에서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자전거를 타는 일.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한 자전거 여행이 그리워

오동도 입구에서 자전거를 빌려 두 시간 동안 자유롭게 자전거를 탔다.

아는 이 없는 새로운 곳에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격스러워 완전히 이 시간에 몰입한 것 같다.

자전거를 멈춰 세워 사진을 찍기도 하고, 또 한 가족의 추억을 담아주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등대에 올라 내가 여행한 이 오동도를 되돌아보며

혼자 여행을 최고로 만끽했었다.

아쉬운 마음에 여수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도 마구 찍었다 .

그 결과물은 어설플지 몰라도, 혼자서 이 모든 것을 해냈다는 생각에

내 스스로에 감탄한 시간이었다.

최대한 즐기고 싶은 거 다 즐기고 오자는 마음가짐을 떠난 여행이라 많은 체력을 소진했는지

돌아오는 버스에서 꿀 같은 잠을 잤다.

그렇게 나의 첫 번째 혼자 여행은 끝났다.

생각보다 더 벅찼으며 생각보다 큰 어려움 없었던 그런 여행이었다.

#부산 – 익숙한 듯 항상 새로운 도시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다녀온 후 여행을 떠나는 데 있어서

완벽함이란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아님을 느꼈다.

꼭 가려고 한 장소를 가지 않아도 꼭 가져가야 할 준비물을 챙기지 않아도

여행은 실패하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나름의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조금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무료한 주말 아침, 탁 트인 곳이 보고 싶다는 생각 하나로 출발한

나의 두 번째 혼자 여행의 목적지는 부산 해운대였다.

마침 해운대에서 모래 축제를 하고 있어 전시된 작품들을 감상했다.

‘어떻게 모래로 건축물과 같은 작품을 만들지?’라는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출렁이는 파도에 웃음을 짓기도 한, 온전히 그 순간에 집중한 여행이었다.

가져간 삼각대가 무색하게 나는 관광객들에게 말을 걸어 나의 사진을 부탁했고,

흔쾌히 찍어주신 분들 덕에 이때의 내가 담긴 소중한 사진들을 담을 수 있었다.

부산에 아는 지인들이 많은 지라 혼자 여행을 마무리 후

갑작스레 연락이 닿은 고등학교 선배와 저녁을 먹고 추억을 되새겼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여행에서 예상치 못한 인연까지

하지만 어색함이 없었던 모든 것들과 함께한 나의 두 번째 여행이었다.

#도쿄 – 매일 새롭게 만난 사람들, 2017년의 나의 가장 행복했던 모먼트

‘내 휴학을 이렇게 마무리 할 순 없지’하는 생각이 든 지 한 시간도 되지 않았을 때

대구-도쿄 왕복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드디어 혼자 해외로 나가보는구나’라는 생각에 괜히 우쭐대며

티켓을 끊은 그날부터 이주 후 도쿄로 출발하는 날까지 계속 행복한 나날들을 보냈었다.

첫째 날 처음 해외로 나간다는 부담감에 편두통이 찾아왔다.

길지 않은 비행과 무겁지 않은 짐들이었지만

환경 변화에 예민한 나에게 이러한 것들이 조금은 버거웠나 보다.

그래서 이번에도 잠깐 쉬어가기로 결정했고

숙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약 두 시간가량 휴식을 취하고 다시 나섰다.

기대하던 규카츠 맛집에 도착해 대기 번호를 받아 기다리던 중

우연히 만난 한국인과 여행과 이런저런 삶의 이야기들을 늘어놓기도 한 첫째 날이었다.

둘 째날 일찌감치 도착한 시부야에서 사진을 부탁한 일본인은

다음 주 대구로 여행을 올 예정에 있는 사람이었고,

한국에서 못 보던 곳곳의 SPA 브랜드에 들려 원 없이 쇼핑을 하면서

한국과 다른 SPA 문화에 대해 생각해보며 도쿄에서의 이튿날을 마무리했다.

마지막 날엔 도쿄의 매립지 오다이바에서 우연히 만난 미국인과 친구가 되어

한국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다.

하루하루 다른 환경의 사람을 만나며 서로의 찰나를 공유했던,

특별한 나의 3박 4일 도쿄 여행은 끝이 났다.

#기억나는 에피소드

1. 삼각대로 혼자 사진 찍기

여행에 가서 놓치고 싶지 않은 것 중 하나는 바로 사진일 것이다 .

‘혼자서 여행을 가면 어떻게 사진을 찍지?’라고 고민 한 결과 여행에 떠나기 전

급하게 삼각대와 블루투스 리모컨을 구입했다.

싼 가격에 비해 만족도가 높았던 삼각대와 블루투스 리모컨은

혼자 여행족에게 가장 필요한 준비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혼자서 사진을 찍으니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어떻게 사진을 찍냐?’라고 물으셨고

그럴 때마다 나는 삼각대와 블루투스 리모컨을 영업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아닌가 싶다.

2. 새로운 이에게 과감하게 말 걸기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대화를 한다는 것만큼 설레고 짜릿한 일은 없을 것이다.

해운대에 도착해 혼자서 작품을 감상하던 중

내 주변을 기웃거리는 외국인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아빠가 한국에서 군인으로 복무하여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잠깐 해운대로 휴가를 왔다고 했다.

‘Is it okay to take a picture with you?’라는 나의 당찬 물음에

‘Yes!’라는 대답을 해준 귀여운 나의 이방인이 기억에 남는다.

3. 일일가이드이자 외국인 친구 만들기

오다이바 해변에서 혼자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내가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임을 단번에 알아차린 롭과 일일 여행 메이트가 되었다.

뉴욕에서 온 롭이라는 친구 덕에 나는 오다이바의 유명 관광지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만이 아는 곳들을 추천받을 수 있었고

오랜 시간동안 자신의 삶과 새로운 사람과의 새로운 세계

그리고 살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외국에서 그것도 처음 만난 사람과 깊은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경험이 나에겐 참 큰 힘이 되었다.

여행에 돌아온 후 지금도 일상이 버거울 때면,

새로운 사람과 진지하고도 섬세한 대화가 가능했던

이 때의 나를 돌이켜보며 다시금 내 자신을 일으켜 세운다.

#마무리하며

글에는 서술하지 못한 혼자 여행의 불편한 점도 있다.

휴대폰의 배터리가 모두 소진되거나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는

난해한 목적지 등 뜻밖의 상황들 말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것도.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극복할 만큼 나의 혼자여행은 정말 좋았고 또 추천한다.

다가오는 1월 나는 또 한 번 러시아로 혼자 여행을 떠난다.

교환학생 파견이라 단순한 ‘여행’의 개념보다는 장기 체류로 머무르는 것이지만,

광활한 땅 그리고 미지의 세계 러시아에서

혼자서 챌린지한 나날을 보낼 내년의 내 모습이 기대된다.

어디론가 떠나곤 싶지만 혼자인 게 두려운 당신, 걱정 말고 혼자서 떠나보자 !

혼자 여행은 생각보다 충만하며 다음 혼자 여행을 기약할 당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